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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공장의 재탄생, 화산 1914 창의문화원구 (華山1914文化創意產業園區)
대만은 곳곳에 공원이 많습니다. 그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타이베이 시내 한복판에 있는 곳을 가볼게요.
지하철 중샤오신성(忠孝新生)역에서 걸어서 3분이면 도착하는 곳에 100년이 넘은 붉은 벽돌 공장 지대가 있습니다. 바로 화산1914 창의문화원구인데요, 예전엔 술과 장뇌(樟腦)를 만들던 산업 시설이었지만 지금은 영화관, 전시장, 공연장, 편집숍, 카페가 빼곡히 들어찬 대만 최대급 문화창의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1. 화산華山 명칭의 유래?
청나라 시대에는 이 일대가 '삼판교장 대죽위(三板橋庄大竹圍)'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1922년, 일제강점기 대만총독부가 타이베이의 옛 거리·마을 이름을 폐지하면서 이곳을 일본식으로 '가바야마초(樺山町)'라고 개칭했습니다. '가바야마(樺山)'라는 한자는 일본의 대만 통치 초대 총독이었던 "가바야마 스케노리(樺山資紀)"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당시 가바야마초에는 타이베이시역소(현재 행정원 청사 자리), 가바야마 화물역, 타이베이 주조장 등 여러 관공서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타이베이시에서 도시계획과 개발을 하면서 일제강점기 때의 명칭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가바야마(樺山)'를 같은 발음의 한자인 '화산(華山)'으로 바꾸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 역사적 배경 — 청주清酒 공장에서 문화창의공간으로
화산1914의 역사는 1914년(다이쇼 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인이 세운 '일본방양주식회사 타이베이주조장'이 이 자리에서 청주와 인삼주 등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예요. 이후 1922년 대만총독부가 전매제도를 시행하면서 이곳을 사들여 '타이베이 주조장'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1918년에는 바로 옆에 장뇌(樟腦)를 정제하는 공장까지 들어서면서 술과 장뇌를 함께 생산하는 복합 산업단지로 성장했습니다.
광복 이후에도 공장은 계속 가동되어 1957년부터 1975년까지는 '타이베이 제1주조장', 1975년부터 1987년까지는 '타이베이 주조장'이라는 이름으로 대만 대표 술 공장 역할을 했어요. 저렴한 카사바 술 '태백주'부터 다양한 과일주까지 생산하며 한때는 '과일주 공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심 한복판이라는 입지 때문에 땅값이 치솟고 양조 과정에서 나오는 수질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1987년 4월 주조장은 린커우(林口) 공업단지로 완전히 이전하게 됩니다. 이후 10여 년간 방치되어 있던 이곳은 1999년부터 예술가와 문화예술단체들이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점차 지금과 같은 복합 문화창의공간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현재 공원 내에 남아있는 굴뚝, 사연동, 고탑구 등 주요 건물은 타이베이시 시정 고적(市定古蹟)으로 지정되어 산업 건축 기술 박물관과도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3. 화산 1941의 대표 공간들
🎬 광점화산 전영관(光點華山電影館, SPOT-Huashan)
1914년 지어진 청주공장 초기 건물 중 하나를 개조한 예술영화 전용관입니다. "비정성시"라는 영화를 감독한 허우샤오셴(侯孝賢)이 이끄는 '대만전영문화협회'가 2007년 운영권을 따내 5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2012년 정식 개관했어요. 지금도 상업 배급망을 거치지 않고 신인 감독의 작품을 직접 상영하며, 관객과의 대화나 감독 간담회 등을 꾸준히 열어 대만 독립영화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붉은 벽돌 외관과 아치형 창문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극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 오매극장(烏梅劇院, Umay Theater)
원래는 매실주(烏梅酒)를 만들던 작업장이었던 곳으로, 2016년 12월 계단식 객석과 전문 무대 설비를 갖춘 공연장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무용, 연극, 음악 등 다양한 공연예술 창작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무대를 제공하며, 일부 일정은 일반 상업 행사로도 대관이 가능합니다. 술 창고 특유의 높은 층고와 골조를 그대로 살려 실용적이면서 독특한 공간감을 자랑합니다.

🏭 사연동(四連棟)과 고탑구(高塔區)
사연동은 1933년 지어진 긴 창고형 건물 4개 동으로, 산 모양의 박공지붕과 아치창, 인조석 마감이 특징인 근대 건축물입니다. 지금은 대형 기획 전시가 자주 열리는 대표 전시홀로 쓰이고 있어요. 고탑구는 1920년 쌀술 양조 공간으로 지어졌으며 건물 높이가 들쭉날쭉해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내는데, 소형 갤러리와 편집숍들이 모여 있습니다.

🧱 홍전육합원(紅磚六合院)과 굴뚝
1918년 지어진 장뇌 정제 공장 건물로, 붉은 벽돌 여섯 동이 이어진 모습에서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바로 옆의 굴뚝은 1931년 보일러와 함께 세워진 것으로, 원래 높이는 50m에 달해 한때 타이베이의 발전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불렸어요. 1970년대 연료가 석탄에서 중유로 바뀌면서 3m가 잘려나가 지금의 높이가 되었지만, 90년 넘게 이곳 화산華山을 지켜온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 화산극장(華山劇場)과 야외 잔디밭
원구 후면에 넓게 펼쳐진 잔디 광장으로, 대형 야외 공연이나 마켓, 이벤트 행사가 자주 열립니다. 평소에는 시민들이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을 즐기는 휴식 공간이기도 해서, 전시 관람 사이사이 잠시 쉬어가기 좋습니다.

4. 가는 법 & 이용팁
| 주소 | 台北市中正區八德路一段1號 (충샤오둥루와 빠더루 교차로, 광화상장 옆) |
| 지하철 | 반난선(板南線)·신루선(新蘆線) 중샤오신성(忠孝新生)역 1번 출구 → 도보 약 3분 |
| 지하철 | 반난선(板南線) 산다오쓰(善導寺)역 6번 출구 → 도보 약 5분 |
| 버스 | 205, 212, 257, 262, 276, 299, 600, 605 등 다수 노선이 '화산문창원구' 정류장 정차 |
| 유바이크 | 원구 바로 앞에 유바이크YouBike 2.0 대여소 있음 |
| 주차 | 충샤오둥루 인근 화산부설주차장 이용 가능 (평일 시간당 40원, 주말 시간당 60원 수준) |
| 개방시간 | 야외 공간은 24시간 개방, 실내 각 시설 · 매장은 개별 운영시간 상이 (보통 09:30~21:00 전후) |
| 입장료 | 공원 자체는 무료 입장, 개별 전시·공연은 유료 |
공원 자체는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부담 없이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고, 국경일에는 오전 10:30, 오후 16:00에 무료 정시 도슨트 투어도 운영되니 건물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시간을 맞춰 방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개별 전시나 상영, 공연은 티켓이 필요하니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http://www.huashan1914.com/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미리 확인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5. 마무리
이 공원을 처음 왔을 때 우연하게 대만 맥주 (Taiwan Beer, 台灣啤酒) 행사가 있어서 양조공장답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때의 추억의 사진이 사라져 몹시 아쉽기만 하네요. 한국과 대만의 일제 강점기 배경이 너무도 다르기에 100년 전 일본이 만들어 놓은 산업 유산이 그대로 사용하고, 역할을 다했을 때 철거하지 않고 이렇게 다른 활용을 하는 모습이 확실히 우리와 다릅니다. (여담으로 대만의 대표 술은 카발란위스키와 금문고량주 입니다.)
붉은 벽돌 건물과 아기자기한 편집샵, 영화, 음악, 전시 같은 예술을 즐기면 어느새 창작자들의 열정에 감염돼서 멋진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주말에는 확실히 행사도 많고, 방문자도 많습니다. 평일에 여유 있게 취향에 맞는 식당에서 브런치부터 피자 등등의 식사도 하면서 즐기시면 좋아요! 대신 커피는 공원밖에 세계 바리스타 대회 챕피언이 운영하는 다음에 소개할 심플카파(Simple Kaffa,興波咖啡) 추천드려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너무 좋은 공원이고, 어린이들과 오시는 방문하시는 분들은 우드오르골(Wooderful life) 매장에서 가시면 다양한 동화의 세계를 감상하실 수 있답니다. 지인의 축하나 조카들 선물로 훌륭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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