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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2대 해운사양명해운(陽明海運)의 뿌리부터 고궁박물원과의 인연
지룽항을 지키는 대만 국적 해운사, 그 시작은 대만이 아니라 상하이였다
대만을 여행하다 보면 지룽항(基隆港)이나 가오슝항(高雄港)에서 파란 컨테이너에 큼직하게 적힌 YANG MING 로고를 한 번쯤 보게 돼요. 창룽하이윈(長榮海運 에버그린 EVERGREEN), 완하이하이윈(萬海航運)과 함께 대만 '해운 3 대장'으로 불리는 양밍하이윈(陽明海運)인데, 대만 법인 설립으로는 가장 늦지만, 사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대만이 아니라 청나라 말기 상하이까지 시작되어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 설립일 | 1972년 12월 29일 |
| 본사 | 基隆市七堵區明德一路271號 (기륭시 칠두구 명덕1로 271호) |
| 증권코드 | 2609 (대만증권거래소 1992년 상장) |
| 영문명 | Yang Ming Marine Transport Corp. (YMTC) |
| 현 대표 | 채풍명(蔡豐明) 회장 |
시작은 대만이 아니라 청나라였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서구 열강이 청나라와 불평등 조약을 맺으면서 중국 연안·내륙 수운의 이권을 대거 가져갔고, 전통 방식의 중국 항운업은 이를 당해내지 못하고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심지어 1850년대 말에는 일부 중국 상인들이 아예 외국계 항운회사에 편승하는 지경이었고, 중국 선박이 청세를 피하려 외국 국기를 다는 일도 흔했다고 해요.
양무운동을 이끌던 직예총독 이홍장(李鴻章) 서양 기술·자본을 끌어들여 중국 항운업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1872년 12월 23일 조정에 「시판초상윤선절(試辦招商輪船折)」이라는 상주문을 올렸고, 이게 초상국 설립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청조 입장에서는 조운(漕運, 조정에 바치는 곡물 운송)이 외국 기업에 종속되는 걸 막고 민족 항운업의 기틀을 다지려는 목적이 컸어요. 이훙장(李鴻章)의 지시로 저장해운국 책임자 주치앙(朱其昂)이 상하이에 '윤선초상공국(輪船招商公局)'을 세웠고, 이듬해 1873년 1월 14일 '윤선초상국(輪船招商局)'이 정식 출범했어요. 중국 최초의 자체 운영 해운기업으로 기록되는 곳이에요. 이후 1909년 우전부 관할로, 1933년에는 국유화되어 '국영초상국'으로, 1938년에는 '초상국윤선주식 유한공사'로 이름을 바꾸며 격변의 근현대사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관독상판(官督商辦)
초상국(招商局)이 조운(漕運, 조정에 바치는 곡물 운송)이 외국 기업에 종속되는 걸 막고 민족 항운업의 기틀을 다지려는 목적이 컸어요. 정부가 감독하고 민간 자본이 실제 경영을 맡는 "관독상판" 체제였다는 점이에요. 이홍장은 자금이 부족한 초기에 직예 연향국의 자금 20만 관을 빌려주는 등 여러 차례 국고를 동원해 지원했고, 1876년 외국 상사들의 가격 후려치기로 경영이 휘청일 때도 관은 50만 냥을 긴급 투입했습니다. 그리고 1873년 12월 상하이에서 정식 출범한 뒤, 1873년 첫 선박 '이돈호(伊敦輪)'가 중국 상선 최초로 남양 항로를 개척했고, 1877년에는 미국계 기창윤선공사(旗昌輪船)를 은 222만 냥에 인수하며 중국 민족 기업이 외국 자산을 인수한 첫 사례를 만들었어요. 그 결과 1872년 창설 당시 선박 4척(2,319톤)에 불과했던 규모가 1883년에는 26척(33,370톤)으로 급성장했습니다
국공내전, 그리고 '양밍'이라는 이름의 탄생
1949년 국공내전으로 중국이 분단되면서 초상국도 쪼개집니다: 홍콩에 본부를 둔 **초상국집단(招商局集團), 1949년 고궁 유물을 싣고 함께 대만으로 옮겨온 조직"초상국윤선(招商局輪船)"→ 개편·확장을 거쳐 오늘날의 양밍해운집단(陽明海運集團)이 되었습니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1972년입니다. 초상국윤선공사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에 강제 접수되는 걸 막기 위해 재투자해 만든 회사가 바로 양밍하이윈이에요. 사명에 담긴 '陽明' 두 글자는 '해', '태양', '광명'이라는 뜻과 함께, 중국의 철학자 왕양명(王陽明)을 기리고 그의 '지행합일(知行合一)' 사상을 실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1981년 국영기업으로 전환됐다가, 1995년 초상국윤선이 양밍에 합병되며 대만 내 '초상국'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1996년 민영화가 완료됐습니다.

배우 왕양명(王陽明)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양밍하이윈 창업주 집안"이라는 루머에 시달렸어요. 2026년 7월, 본인이 직접 나서 자신의 집안은 양밍하이윈과 무관하며 성공은 오롯이 스스로의 노력에 달린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답니다.
느린 거북이, 그리고 반등
1984년 창룽하이윈EVERGREEN이 세계 최초로 동서 환구 항로를 개척하며 한때 세계 최대 선사로 도약한 것과 달리, 양밍은 정부 지분이 약 30%에 달해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고, 그 결과 물동량과 매출 규모에서 줄곧 국내 2위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아왔어요.
최근 화제가 된 건 역대 최연소 회장의 취임이에요. 채풍명 회장은 취임 인터뷰에서 "원래 앞서가던 토끼가 방심한 사이 뒤처졌던 거북이가 추월해 승리한다"는 이솝우화를 직접 언급하며, 보수적이었던 과거의 의사결정 관행을 어떻게 돌파할지 각오를 밝혔어요. 2025년에는 창립 53주년을 맞아 전년 대비 5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고, 3분기 누적 순이익 148.1억 대만달러, 주당순이익(EPS) 4.24원을 기록했다고 해요.

그늘도 있었다
두 명의 독립이사가 전격 사퇴하며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어요. 독립이사가 회사 업무에 과도하게 개입해 조선 프로젝트가 수년간 지연됐다는 내부 불만이 배경으로 지목됐습니다.
기륭 본사 건물에서 한 직원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생전에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투서가 공개되며 논란이 커졌어요.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며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박 중이던 소속 화물선에서 세관이 시가 수억 대만달러 규모의 헤로인을 적발했어요. 취임 14일 만이던 선장이 직접 밀수를 지휘한 정황이 드러났고, 베트남 하이퐁항 출항 당시 현지 식자재 납품업체가 장바구니와 보급품 속에 마약을 숨겨 실었다는 사실도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국립 고궁박물원과의 인연
2026년 9월 11일 고궁박물원 304호 전시실에 "회류 匯流1950"이라는 주제의 특별전이 개관 됐어요~ 그동안 참 많은 분들이 고궁의 유물이 중국에서 어떻게 가져왔을까?라는 의문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1949년 문물을 싣고 바다를 건넌 '해호호海滬'의 모형을 양밍해운이 고궁박물원에 영구 기증했어요. 문물만 역사가 아니라, 그 문물을 실어 나른 배도 함께 역사가 된 거죠. 규모는 크지는 않지만 많은 분들의 의문은 조금 해소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마무리
청나라 말기 상하이의 작은 해운국에서 출발해, 국공내전의 격랑을 넘고, 지금은 대만을 대표하는 글로벌 해운사로 자리 잡은 양밍하이윈. 기륭항이나 가오슝항에서 파란 컨테이너를 마주친다면, 그 안에 담긴 149년의 항해를 한 번쯤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대만에 살면서 섬나라이고, 지리적 위치로 해운업이 유리할 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해운 3대장'이라 할 정도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솔직히 초록색 컨테이너 에버그린EVERGREEN은 타오위엔 공항 근처에서 많이 봐와서 잘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오랜 역사의 양밍해운 YANG MING이 있다는 것은 이번에 알게되었네요! 2022년 가오슝 과학 기술대학에 항해 시뮬레이터도 기증해서 인재 개발에 힘쓰고 있네요.
기억해 놓으신다면 가오슝, 지룽 항구 여행을 가시게 되면 만날 수 있는 풍경이랍니다. 혹시 지룽에 가시면 화평도 여행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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